왜구 배척설
왜적은 참으로 나의 원수이다. 나는 왜적을 볼 때, 그들을 남의 원수쯤으로 여기지 않고, 참으로 나 자신의 원수로 여긴다. 왜냐하면, 내가 세상에 태어날 때 하늘님이 나에게 자유를 주었고, 만물 또한 자유를 허락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살아 얻어낸 금·은과 재물은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보배이고, 내가 정성껏 길러온 자녀와 아우·조카들은 모두 나와 함께 즐길 복이며, 소·양·닭·돼지는 내가 기르는 대로 모두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소유물이고, 벼·보리·조·수수 같은 곡식은 내가 농사지은 만큼 내 곳간에 쌓이는 기쁨이다. 아, 저 왜적은 오랑캐 같은 족속인데 어찌 감히 하늘이 내게 타고날 때 허락해 준 자유를 빼앗으려 하는가?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손잡고 길러온 자녀들을 그들이 어찌 제멋대로 학살할 수 있단 말인가? 집을 짓고 외양간을 마련하여, 아침에는 풀어 놓고 저녁에는 끌고 들어오는 그 소와 양을 그들이 어찌 제멋대로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인가? 땀을 흘려 등이 젖도록 애써 한 알 한 알 거둬들인 양식을 그들이 어찌 제멋대로 불태워 없애 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이 몸과 머리털과 피부를 그들이 또 어찌 제멋대로 죽이고 해칠 수 있단 말인가?
1. 왜적은 참으로 나라의 원수이다.
나는 왜적을 볼 때 개인의 적이 아닌 분명 나라의 적으로 여긴다. 왜 그런가 하면, 교만하고 방자한 군벌이 힘으로 이웃 나라를 굴복시키는 나라가 바로 왜적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권신들을 농락하여 그 나라의 황실을 끝내 무너뜨리게 하는 것이 왜적 정치 방침의 강령이다. 오늘날에는 개척·이민이라는 이름으로 이웃 나라의 땅을 조금씩 삼키고, 인의를 업신여기며, 온갖 궤계와 책략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먼저 가까운 나라부터 치고, 크게 얻고자 하여 먼저 작은 나라를 평정하는 것이 왜적의 모략이다. 남의 나라를 통째로 삼키려 할 때는 그 나라 백성을 사로잡고 죽이는 일을 언제나 첫째가는 묘책으로 삼는다. 군인이 가는 곳마다 그 나라 여성들을 강간하는 일을 군기(軍紀)의 중요한 요소처럼 여긴다. 예컨대 그 가운데에서도 반드시 먼저 한반도 땅을 짓밟고 한반도를 병합할 때에 필시 이 나라의 국모를 시해하고 굴욕적인 조약에 조인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는가. 중국 각지에 은밀히 이민 정책을 펴서 중국 남북 어디든지 제멋대로 들어가 살며 개의 털 사이에 낀 벼룩이 틈틈이 피를 빠는 것처럼 민중의 피를 빨아 먹는다. 민간에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곧바로 국제 문제로 만들고 시비한다. 조차지를 한 군데라도 얻지 못하거나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하면 마음속으로 몹시 불만스러워한다. 군대를 풀어 건장한 남정네들을 죽이고 어린아이들까지 죽이며 여자를 강제로 끌고 가는 일을 마치 하나의 특기인 양 행한다.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바로 왜적이 나라를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이니 시베리아와 한국 등지에서 이미 그 실증을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면, 나라를 가진 백성이라면 어느 누가 성문을 거듭 굳게 잠그고 무기를 손에 쥔 채 이런 놈을 기다렸다 죽이려 하지 않겠는가.
3. 왜적은 참으로 동양의 원수이다. 3천 년 동안 한국을 침략한 일이 수천 번이나 있었고, 마침내 경술년 8월에 이르러 한국을 완전히 집어삼키고서야 그쳤다. 한국이 일본에게 도대체 무슨 허물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렇게 폐허가 되고 말았는지 알 수 없다. 옛날 임진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이 한국을 침략했는데, 그때는 중국의 천하를 넘보려는 뜻이 있었으나 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갑오년에는 큰 전쟁을 일으켜 피비린내 나는 싸움 끝에 대만을 빼앗았으나 채워지지 않는 탐욕의 구렁을 메우지 못해 21개 항목을 강요하여, 중국의 권리 절반을 사실상 그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자 했다. 그런데 중국이 일본에게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오늘날 이처럼 물과 불처럼 서로 대립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단 말인가. 나는 러시아가 이전부터 일본과 무슨 원한이 있다거나 어떤 땅을 빼앗겼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양국은 서로 바람과 소·말처럼 전혀 상관없는 먼 나라일 뿐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무슨 의도로 한 번에 사할린 섬을 빼앗고, 또 한 번에 시베리아 깊숙이 쳐들어가 러시아인이 동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되어 한·중·러 세 나라가 혹 가시덤불 속에 매인 듯하고, 혹 뽕나무 아래에서 미리 밧줄을 꼬듯 전쟁 준비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일본을 상대하여 칼을 갈고 포를 벼리며 와신상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4. 왜적은 참으로 세계의 원수이다. 아, 이제 일본은 단지 동양의 원수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온 세계의 원수가 되었다. 대략만 보더라도 프랑스가 베트남을 병탄한 일은 일본을 견제하고 불신한 태도가 드러난 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이 인도를 손에 넣은 것도 일본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치가 아니겠는가.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한 것 또한 일본을 적대시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 밖에 동양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나라들 역시 하나같이 일본을 구실로 삼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일본의 강함은 서양의 약함을 걱정하게 만들고, 일본의 부유함은 서양의 가난을 걱정하게 만든다. 우월하면 반드시 열등한 자를 이기려 하고, 강하면 반드시 약한 자를 먹으려 하는 것밖에 다른 재주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대포 하나를 만들든 열세를 만회할 새로운 방법 하나를 내놓든 그것은 일본과 물밑에서 경쟁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보건대 일본은 침략의 간판이자 전쟁을 일으키는 기계 장치와도 같다. 도리어 생각해 보면 베트남·인도·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민족 자결의 운을 맞이하고서도 여전히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그 근원이 바로 세계열강이 일본에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은 사실 어떤 개인이나 하나의 나라에만 상대되는 원수가 아니라, 나라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온 세계의 원수이므로 결코 피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평화를 위한 방책은 반드시 한마음과 한목소리로 함께 나아가 일본 열도를 깨뜨린 뒤에야 비로소 황하가 다시 맑아지고 해와 달이 다시 찬란히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 동포들이 이 말을 거듭거듭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