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병오년 새해, 적토마의 기상을 기대하며
병오년丙午年은 붉은 말의 해다. 丙은 남쪽이자 붉은 색깔이고, 午는 말이니, 여포, 관우와 얽힌 적토마赤兎馬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병오년이라면 1906년 병오의병이 먼저 떠오른다. 1905년 을사년 11월 17일 외교권을 빼앗기자 거센 의병전쟁이 일어나 이듬해 병오년을 거쳐 1907년 7월까지 이어진 것을 흔히 중기의병이라 말한다. 바로 그 뒤로 후기의병이 이어진다.
2026년 올해는 1926년 6·10만세운동과 민족유일당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제2의 3·1운동이라 평가되는 6·10만세운동은 조선공산당, 고려공산청년회, 조선학생과학연구회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세력과 천도교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세력이 이념의 차이를 넘어 좌우합작으로 일제 통치에 맞선 항일투쟁이다. 10월에 시작한 민족유일당운동으로 임시정부와 주변에서 좌우로 나뉘어 있던 인물들이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 독립운동을 이끌어가는 데 힘을 쏟았다. 그 움직임은 이듬해 만주로 확산되고, 국내의 신간회와 근우회 활동과 발걸음을 함께 했다. 나라 안팎의 모든 독립운동계가 좌우 나뉨이 아니라, 통합을 달성한 귀중한 역사가 꼭 100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오는 3·1절에 개관 4주년을 맞는다. 우리 기념관은 한국역사에서 최초로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국을 탄생시키고, 정부와 의회 조직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펼쳐나간 역사적 가치와 이를 계승, 발전시켜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립하고 알리는 데 집중해 왔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정신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기념관 설립 목적이자 바른길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임시정부를 규명하려고 세계 망명정부와 임시정부를 견주어 보는 연구를 추진하고, 임시정부에서 정식정부로, 임시의정원에서 국회로, 광복군에서 국군으로 이어진 계승성을 찾는 연구와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귀중한 자료가 여럿 들어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미국에서 들여온 『한일관계사료집』 1질(4권)을 온전하게 이관받았다. 임시정부가 펴낸 역사책을 우리기념관에 들여왔으니 제 자리를 찾은 셈이다. 또 ‘광복군에서 국군으로’라는 특별전시에 제공했던 자료를, 여러 후손들이 기증하시기도 했다. 기증자의 벽을 만들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올해 관람객이 21만 명을 돌파하고, 교육 인원도 3만 명을 넘었다. 전국을 옮겨 다니며 임시정부의 역사를 알리는 ‘기억상자’ 전시에도 관람객이 10만 명 넘게 몰렸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었던 국외전시는 호응이 좋아 프랑스 파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해에는 외교활동과 독립신문 콘텐츠를 중심으로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학술활동도 펼치려 한다. 임시정부가 겪은 식민지 외교활동의 고난을 분석하고, 독립신문이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내 알리는 방향으로 학술활동과 특별전시의 축을 삼는다. 또 임시정부사 아카이브 구축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추어 공개할 만한 수준에 이른다. 마침 김구 탄생 150주년이 2026년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되었으니, 적토마의 힘찬 기상으로 이에 발맞추려 한다.
대한민국 108년2026 새해 아침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
김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