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나다
— 글. 연구교육과(이홍구 학예연구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반 국민들을 위한 대중강연입니다. 학술회의나 세미나 같이 매우 학술적이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반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이해하고, 임시정부 요인들의 독립을 향한 의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념관에서는 2022년부터 대중강연을 운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콜로키움 형태의 대중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강연자가 한 주제를 가지고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실시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부터는 토크콘서트 형태로의 전환을 시도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사 이야기공연–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나다’라는 큰 타이틀 아래 참여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주제를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친근한 강연자를 섭외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사전공연을 통해 참여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2024년에는 모두 세 번의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 공연들을 소개하면서 공연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공연은 ‘역사의 조각을 줍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4월 14일(일)에 열렸습니다. 이 공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 기록을 수집하고, 보전하는데 노력한 이들의 헌신을 다루었습니다. 박건호 역사자료수집가와 정대경 음악감독이 강연자로 참여하였으며, 김희곤 관장이 함께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사전공연으로는 강연자인 정대경 감독이 직접 연출한 낭독음악극 ‘통인동128’이 상연되었습니다. 부부독립운동가 이회영, 이은숙의 파란만장한 삶이 낭독과 노래로 표현되었습니다. 정대경 감독은 공연 후 이어진 첫 강연을 통해 ‘통인동128’을 만들게 되면서 독립운동 이야기를 공연으로 표현하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과 이를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건호 수집가는 시기별로 사람들이 느꼈던 ‘독립’의 의미가 달라졌음을 자신이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라가 빼앗기기 이전의 ‘독립’과 일제강점기의 ‘독립’, 광복 이후의 ‘독립’은 글자만 같을 뿐 속에 담긴 뜻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김희곤 관장은 대담을 통해 자료의 수집과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한낮 평범한 사람이지만 우리 역시 한 조각 한 조각 역사의 편린을 남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조각이라도 수집되어야만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공연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광복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광복절을 앞둔 8월 11일(일)에 열렸습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광복군의 성립과 주요 활동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2차 공연에서는 기존의 토크콘서트 형식을 과감히 벗어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두 명의 강연자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었습니다. 서로 준비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공연’을 펼쳐주었습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두 강연진의 공이 컸습니다. 에이전트H는 여러 TV프로에서 모습을 보였던 UDT 출신의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였습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 역시 국방홍보원 유튜브 채널에서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콘텐츠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광복군의 조직과 주요 작전,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한국광복군의 활동은 단순한 군사적 작전을 넘어,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한 한국광복군들의 독립을 향한 의지를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공연은 박광일, 정상규 작가가 강연자로 나서 ‘더 비하인드 씬 - 무대 뒤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희곤 관장 역시 강연자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이 이날의 주된 내용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에 있어서 우리가 모르거나 덜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박광일 작가는 자신이 쓴 책을 소개하면서 박찬익과 주화대표단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임시정부가 국내로 환국했지만 박찬익과 주화대표단은 중국에 남아 동포들의 귀국이라든가 현지 생활 유지에 도움을 준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정상규 작가가 소개한 노백린, 서영해 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시정부 군무부장으로 미국에서 비행사 양성을 위해 노력했던 노백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 독립운동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강연과 집필을 놓지 않았던 서영해의 이야기였습니다.
김희곤 관장은 임시정부의 숨은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되새기며, “역사는 단순히 유명한 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임시정부 요인들의 헌신을 기억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이야기공연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들이 참석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관객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임시정부 요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보고, 듣고, 또 느꼈습니다.
매번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과 강연자가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어졌습니다. 관객들은 강연 현장과 온라인 Q&A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강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자유롭게 강연자들과 이야기하며 더욱 깊이 있는 소통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관객들이 공연에 참여하며 느낀 감동은 설문지에서 나타났습니다. “몰랐던 임시정부의 활동이나 인물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다”는 내용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알기 쉬운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임시정부의 많은 이야기를 ‘역사’로 배우는 것이 아닌 ‘이야기’로 들으니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가는 느낌이었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오프닝 공연부터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구성이었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202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사 이야기공연–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나다’는 많은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2025년에도 이야기공연은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좀 더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고, 관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고자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찾아가는 이야기공연을 통해 기념관에 직접 오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공연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광복8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재미있는 공연을 통해 모든 세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20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사 이야기공연’,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